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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그림 그리기

 


괭인은 요즘 벽화 그림 그리기 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연남동에 우리의 벽화를 퍼트리자]에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가까운 벽에서 시작하여 주변 벽으로 우리의 벽화 그림을 퍼트리기 위한 첫 번째 벽화 입니다.

이번 벽화 그림 그리기 에서 괭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냥 흔한 벽화를 그리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벽화 그리기' 입니다.



좋은 벽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림을 그릴 벽과 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프로젝트로 점점 더 많은 분들이 벽화 그림 그리기에 동참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벽화에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낼 것 인가' 를 고민하며 벽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단단한 콘크리트 사이로 작은 풀 하나가 자라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겨울이면 금방 황폐해지고 마는 도심 속에서, 봄이면 어김 없이 좁은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이 작은 생명의 몸부림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겨울이면 사라지고 없을 이 작은 친구는 그 위대함에 비하여 너무나 작고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근사한 그림자를 선물하기로 결심합니다.

겨울이 오고 도시가 창백한 얼굴을 드러내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킬 그림자입니다.

앞으로 언제까지나, 이 자리에 있었을 풀 한 포기를 기억하게 할 그림자입니다.

그리고 작지만 위대한 몸부림에 어울릴 만한 그림자여야만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열중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마무리는 다음으로 미루며 뒷정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장마를 알리듯 며칠간 쏟아진 비는 어느새 멈추고, 구름 낀 하늘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지난 며칠간의 빗줄기를 작은 풀 한 포기가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에 바쁜 걸음으로 연남동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이 작은 친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지난날 헤어질 때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거센 비 바람을 견디며 키가 조금 커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하여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이 녀석 키가 조금 큰 것이 분명합니다.

처음 봤을 때 보다 잎사귀도 더 커졌고 뭔가 씩씩해진 느낌입니다.

 

지난 날에 서둘러서 칠해놓았던 디테일을 보강하고 마무리를 해 줍니다.

그리고 바닥 면을 칠할 때는 풀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틈새모양을 살려서 그림자를 그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그린 끝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작업을 마무리 하고 녀석을 다시 보니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드네요.

작은 풀이 올 여름 동안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벽화를 그리는 동안, 오며 가며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벽화가 완성되고 나서 하나 둘 모여 그림을 봐 주시던 연남동 주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으셨는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이번 제 벽화가 조금이나마 생각할 거리를 던져 드릴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은 씨앗에서 출발하여 연남동에 우리의 벽화를 퍼트리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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