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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살까

 


 

 

"우리 함께 살까?"

  이 짧은 한 마디를 하는 데에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 작업실의 작은 방, 침대 위에서 사이 좋게 누운 마타와 마야.

 

  두 괭인은 작년부터 작은 작업실을 얻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정말 작은 작업실이지만, 재미난 일들을 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두 괭인 중 한 명인 호수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습니다.호수가 작업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고양이, 마타와 마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발자국 소리를 듣고 현관문 앞으로 야옹야옹 마중을 나오곤 했습니다. 두 고양이 마타와 마야는 집에서 부족함 없는 보살핌을 받고 있었지만, 어린 고양이 적부터 얼굴을 부비면서 지낸 호수가 무척이나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 오랜만에 집에 온 호수를 바라보는 마타.

 

  그런 두 고양이의 애정공세에 호수는 반갑고 미안해 집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모두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지내기를 바래왔습니다.

 

 

▲ 이사오기 전의 집, 캣타워 위에 앉아 있는 마야.

 

  하지만 야옹이들을 선뜻 데리고 올 수 없었던 것은 작업실이 원래 살던 곳보다 비좁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두 괭인의 욕심 때문에 혹시나 마타와 마야가 불편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마야.

 

▲ 예민한 고양이 마야는 종종 기운이 없어 보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마침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온 그 날, 우리는 두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비록 작은 작업실이지만, 야옹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선반을 비우고, 쉴 곳을 만드는 등 오랫 동안 준비를 했습니다.

 

 

▲ 아직 작업실이 낯선 마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른 봄, 마타와 마야는 괴뿔, 호수와 함께 작업실 생활을 시작합니다.

 

  걱정 반, 기대 반에 시작한 동거였지만, 처음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고양이들은 작업실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심약하던 마야는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워졌고, 뱃살이 두둑하던 마타는 작은 방의 방음벽에서 벽타기를 하며 이전보다 더욱 잘 놀고 활동적이 되었습니다. 비록 작은 생활 공간이지만 고양이들은 여기 작은 작업실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해 보입니다.

 

 

▲ 안긴 상태로 1시간 이상 잠들어 있던 마야.

 

"우리 계속 함께 살자."

  발바닥을 만지면서 약속하듯 꺼내는 이 말이 무색해지도록 하품을 해버리는 마타와 마야의 태평한 모습이야말로 괭인에겐 더없이 다행스러운 대답입니다.

 

 

▲ 근데 이 분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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