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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때론 우리 각자의 생각이 극단적으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 없이 살아가는 삶을 생각할 수도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물을 집에 들인다는 것에 몸서리 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싸움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논쟁이 언제나 이야기의 본질을 만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좋다, 나쁘다를 두고 대립합니다. 이 싸움은 부모와 자식간에도 일어나고, 연인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도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1. 왜 안돼요?

 

어릴 적부터 동물을 유독 좋아했던 저는 길에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들과 뒹굴거나, 참치 캔을 들고 동네 고양이들을 찾아 다니며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집을 방문 했다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뛰어 나오는 강아지를 발견 했는데, 그 조그만 녀석이 무척이나 따듯하고 귀여워서 집에 오자마자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더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렇듯이, 부모님의 허락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1. 털이 많이 날려서 청소가 어렵다.

2. 유지비가 많이 든다.

3. 계속 신경 쓰고 보살펴 주어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

4. 이웃의 눈치가 보인다.

5. 동물은 원래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등등... 이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내 작은 욕심 하나로 주변에 큰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떼를 쓸 수 없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건물주와 충돌하거나, 이웃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건물에 동물을 들이는 것을 반대합니다. 건물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동물이 울어서 시끄럽다거나, 벽지를 찢는 등 방을 회손 한다거나, 때론 미신 때문에 싫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잘 씻기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내 반려동물은 울거나 하지 않는다. 동물이 벽지를 뜯진 않지만 혹시 회손 될 경우 이사하면서 고쳐놓고 가겠다.' 는 대답은 변명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심할 경우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2 왜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걸까요?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말씀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돈도 들거니와, 동물을 키우면서 하루 이틀 집을 비우는 것이 어려워지고, 밥이나 화장실 문제도 챙겨주어야 하고, 이웃들 사이에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함께하는 동물이 내 욕심에 좁은 집안에 갇혀 사는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또한,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집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더 신경 써야 하며, 크게 우는 동물과 함께 교외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이유로 이미 한참 오래된 벽지 교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불편사항들을 끌어안고서 그래도 함께 살아가려고 애쓰는 자신을 돌아보면, '나는 왜 이렇게 손 많이 가는 녀석과 함께 살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주변 지인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귀엽잖아' 입니다. 단순히 귀여워서 라면 사진을 봐도 되고, 밥값이 들지 않는 인형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이 많은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은, 지난날의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해준 지인에게는 운동과 정신수양, 그리고 아로마테라피가 더 도움이 되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쯤 되자 한 친구가 짜증을 내면서 말합니다. '야. 귀엽고 옆에 있어주면 그걸로 된거지. 너는 너희 가족이랑 같이 사는데도 이유가 필요하냐?'

네 맞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진 못하지만 그 이유를 다들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몸짓으로 소통하는 이 작은 생명들과의 '관계' 때문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귀여움은 덤이지요.

 

#3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이는 곧 관계 속에 살아가는 동물이란 뜻이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왠지 모르게 공허함이 커집니다. 바다 위에 표류한 사람이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이해득실이 교차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은 대화가 통하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의 관계보다 많은 것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언어는 불완전해서, 오해를 낳고 고정관념을 만들며, 상황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언어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기에 이러한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춤'과 같은 몸짓의 언어, 반려동물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경험은 관계에 대한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줍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서 이러한 점은 그들과 우리의 관계를 특별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누군가가 이러한 관계를 맺는 것이 서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마냥 비난 할 수도 없고, 누군가가 이러한 관계에서 행복한 삶을 발견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손가락질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수많은 불편과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를 위해 감내하고, 이겨냅니다. 이것은 행복한 고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은 흔히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사람이 자신의 안위나 자신의 행복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경우는, 그 대상을 '사랑'할 때 라고 합니다.

동물은 우리에게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함께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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